와인을 설명할 때 떼루아는 거의 마법의 단어처럼 사용된다.
이 와인은 ‘토양의 힘이 느껴진다’, ‘미네랄리티가 뚜렷하다’는 표현은 익숙하다.
하지만 질문을 조금만 바꿔보면 문제가 시작된다. 과연 떼루아는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개념일까, 아니면 우리가 믿고 싶어 하는 미식적 환상일까.
Picky Eater는 감각을 존중하지만, 그 감각이 어디에서 왔는지 묻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이 글에서는 떼루아를 둘러싼 가장 핵심적인 논쟁, 특히 ‘미네랄리티’ 개념을 중심으로 그 실체를 차분히 들여다본다.
떼루아는 왜 논쟁의 대상이 되었을까
떼루아는 오랫동안 프랑스 와인 문화의 중심 개념이었다.
특정 지역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맛, 땅이 와인에 남긴 흔적이라는 생각은 와인을 단순한 음료가 아닌 문화적 산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과학적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질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토양의 미네랄이 실제로 와인 속에 남아 있는지, 그리고 그 미네랄이 우리가 느끼는 맛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 지점에서 떼루아는 낭만과 과학 사이의 경계에 서게 되었다.
미네랄리티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미네랄리티는 와인 테이스팅 노트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명확한 정의를 갖고 있지는 않다.
돌, 분필, 젖은 흙, 소금기 같은 표현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맛 보았을 때 바다의 맛이 느껴지는 경우. 약간의 산도와 바다 향이 특징이다.
미네랄 = 토양 성분일까?
직관적으로는 토양 속 미네랄이 포도에 흡수되어 와인에 남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포도나무가 흡수하는 미네랄의 양은 극히 미미하며, 그것이 직접적인 맛으로 인식될 가능성은 낮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의 연구는 미네랄리티가 특정 화학 성분 하나로 설명될 수 없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진다.
그럼 우리는 왜 미네랄을 느낀다고 말할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특정 와인에서 비슷한 인상을 느낀다. 이는 완전히 환상이라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실제로 Picky Eater도 미네랄리티를 느끼고 각 미네랄리티의 특징과 정도를 비교하며 특정 미네랄리티에 대한 호불호를 느끼기도 한다.
미네랄리티로 표현되는 감각은 보통 높은 산도, 낮은 과일 향, 환원 향,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화합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즉, 우리는 ‘미네랄’을 맛보고 있다기보다, 미네랄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 감각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영역
과학은 많은 것을 밝혀냈지만, 감각의 언어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한다.
와인은 숫자와 그래프로만 이해하기 어려운 경험의 영역을 가진다.
떼루아 역시 과학적으로 완벽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해서 무의미해지는 개념은 아니다. 그것은 와인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사고 방식이자, 경험을 정리하는 틀에 가깝다.
떼루아는 환상일까
환상이라는 말에는 종종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긴다.
하지만 모든 문화적 개념이 과학적 사실로만 구성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떼루아는 와인을 지역, 역사, 환경과 연결시키는 언어다. 그것은 와인을 더 깊이 바라보게 만드는 렌즈이며, 무조건 믿거나 배척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Picky Eater의 결론
Picky Eater는 떼루아를 과학과 환상의 중간 지점에 둔다.
떼루아는 실체라기보다 해석의 프레임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그 개념이 “실제로 와인의 맛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이다.
만약 떼루아라는 언어가 와인을 더 잘 느끼게 해준다면, 그것은 충분히 유효하다.
다음 글에서는 이 논쟁을 실제 맛의 차이로 끌어내려, 토양 종류에 따라 와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